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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사 (2001년)' 줄거리, 결말 및 감상 본문

한국영화 감상글

'무사 (2001년)' 줄거리, 결말 및 감상

행복휘파람_70 2026. 5. 24. 09:44

감독 : 김성수

출연 : 정우성, 주진모, 안성기, 장쯔이, 우영광, 유해진, 박정학, 정성용 등

개봉 : 2010.9월

관객수 : 250만명

 

영화 '무사' 포스터

 

 

나는 영화 장르 중에서 시대극, 전쟁영화 그리고 재난영화를 좋아한다. 내가 왜 이 장르물들을 좋아하는지 처음에는 몰랐으나 시간이 지나면서 알게 되었다. 시대극은 그 시대의 절대적인 상황(대표적으로는 신분, 관습 등), 전쟁물은 어느 편이느냐 혹은 죽느냐 죽이느냐 등 양자택일에 내몰린 상황, 재난물은 살아남기 위해 어떤 선택이라도 해야 하는 상황 등 개인이 어찌해 보거나 피해갈 수 없는 상황에 처했을 때, 만약 내가 저 상황에 처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 되면서 몰입이 가장 잘 되기 때문이었다. 극한의 상황에서 어떤 판단으로 어떤 선택을 하는가에 따라 운명과 상황의 흐름이 바뀌는 것이 그 어떤 스릴러보다 더 흥미롭다.

 

2001년 개봉한 영화 '무사'는 거기에 시대적인 소용돌이까지 더해져 있다. 고려는 개혁을 이끌던 공민왕이 어이없이 죽임을 당하고 어린 왕이 뒤을 이었으나 국정은 혼란스럽다. 중국 대륙에선 새로 일어난 명나라가 원나라를 북으로 밀어내면서 세력을 키우고 있었다. 게다가 고려에선 신흥국인 명나라와의 관계에 확신을 갖지 못한 세력들이 여전히 존재하였고, 명나라 입장에서도 원나라의 부마국이었던 고려를 완전히 믿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 역사에서도 사신으로 중국 대륙으로 향한 뒤 소식이 끊어진 고려인들이 있었다고 한다. 그들의 운명은 어찌 되었을까. 참으로 비극이다.

 

*   *   *

 

고려말, 고려는 국가의 안녕을 위해 떠오르는 신흥 명나라에 사신단을 보내지만, 이들은 명나라의 의심 속에 환영받기는 커녕 척박한 사막지대로 귀양을 보내지게 된다. 사막지대에 귀양으로 끌려가던 고려 사신단은 원나라 부흥군 기병의 습격을 받게 되고, 고려인이라는 이유로 살아남지만 "저들의 운명은 저들이 정하게 하라"는 원나라 장수의 지시로 또다시 사막에 버려지게 된다. 물과 식량도 없이 방향도 모른채 헤매이는 고려인들...그 힘든 여정에 노쇠한 사신단은 모두 쓰러지고 그들의 호위대였던 고려의 정예 중앙군 용호군과 지방 국경수비대인 주진군의 일부, 그리고 사망한 사신단의 가노였으나 자유를 얻은 여솔(정우성 분), 통역관인 유생 박주명(박용우 분) 뿐이다. 용호군을 이끄는 장수는 군관 최정(주진모 분)과 부관 가남(박정학 분)이며 주진군을 이끄는 이는 활의 명수 진립(안성기 분)이다.

 

등장인물

 

사막을 헤매던 고려인들은 운이 좋게도 색목인이 운영하는 사막의 객잔을 발견하게 되고, 이 곳에서 또다른 고려인 승려 지산스님과 합류한다. 그 와중에 명나라 공주인 부용(장쯔이 분)를 사로잡아 후송중이던 원나라 기병과도 맞닥뜨리게 된다. 고려로 돌아가는 것이 최우선이던 고려인들은 갈등을 일으키지 않기 위해 조심하는데, 그 와중에 돌발적인 사건이 발생한다. 여솔이 죽은 자신의 옛 주인의 시신을 발길질하는 색목인들의 목을 베어버린 것. 마침 그 장면을 원나라 기병의 대장 람불화(우영광 분)가 목격하게 된다. 여솔의 창 솜씨에 반한 람불화는 그를 휘하에 거두고 싶은 욕심에 여솔을 사로잡는다.

 

한편, 용호군 대장 최정은 부용 공주를 구출하여 명나라로부터 고려로 돌아갈 도움을 받겠다는 계획을 세우지만, 부관인 가남은 병력의 열세 등을 이유로 반대한다. 하지만 생각을 돌릴 마음이 없는 최정의 고집과 여솔을 구해야 한다는 진립의 동의로 결국 원 기병을 기습하게 된다. 진립의 탁월한 활 솜씨로 시작된 습격은 이어 용호군과 주진군이 뛰어들며 난전으로 전개되며 마침내 여솔과 부용 공주 모두를 구출하는데 성공하게 된다. 끔찍한 난전의 와중에 진립이 잠시 활 쏘기를 주저하며 진저리와 허무가 담긴 눈빛으로 주변 전투를 돌아보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고려인들은 이 전투로 부용 공주 구출에 성공하지만 며칠 지나지 않아 부상에서 회복한 람불화가 이끄는 원나라 기병에 쫓기게 된다. 설상가상으로 전쟁통에 고향을 떠나 주변을 떠돌던 명나라 유민들까지 합류하게 된다. 빠른 도주를 위해서는 유민들을 모른 체하고 떠나야 하지만 자신을 따르는 백성을 버릴 수 없다는 부용 공주의 고집에 최정은 거절하지를 못한다. 아울러 부용 공주를 모시는 가마를 메는 것과 추격하는 원나라 기병을 유인할 미끼 역할까지 주진군에게만 시키는 등 최정의 인솔에 주진군은 불만이 쌓여가기 시작한다. 한편으로는 쫓기는 와중에도 주진군들 사이에 그리고 군인이 아닌 역관 박주명, 지산스님과 여솔 사이에, 또한 명나라 유민들과의 사이에 유대감이 쌓여간다.

 

지척까지 원 기병의 추격군이 따라온 어느날, 숲 속에서 원 기병의 선발대를 요격하겠다던 최정과 용호군은 도리어 어이없는 포위를 당하며 몰살을 당하는데 이때 나타난 진립과 주진군이 게릴라 전술로 원 선발대를 섬멸하고 최정을 구출한다. 용호군을 모두 잃고 주진군에게도 통솔력을 잃은 최정은 무리를 떠나려 하나 부상으로 인해 얼마 가지 못하고 혼절하게 되고, 뒤따라온 가남과 진립은 최정을 추스려 다시 길을 떠난다.

 

주진군 병력만으로 유민들과 부용 공주를 호위하던 일행은 마침내 명나라 군의 주둔지에 도착하게 된다. 그런데 도움을 기대하고 찾아온 명나라 주둔지는 이미 낡아 허물어진 토성(土城)이며 병력 한 명도 없는 빈 성임을 알게 된다. 다른 방도를 찾을 겨를도 없이 뒤쫓아온 원나라 기병은 이미 지척에 진지를 구축하였고 이제 고려인들과 명나라 유민들은 성 안에 꼼짝없이 갇힌 신세가 된다. 물도 식량도 없고 외부의 지원도 바랄 수 없는 외로운 성에 전투원은 고작 일곱 뿐인 고립무원의 상황인 것이다.(그나마 그중 1명은 주진군 막내로 토성에 이르기까지 전투 한번 치룬 적 없다는 이유로 미끼 역할에 당첨된 것을 보면 실제 전투력력은 0이라고 보는게 맞다) 

 

[이후 줄거리 및 결말은 아래 문단 이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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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군과 주진군은 실제 고려의 편제에 존재한 군대이다. 영화에서 제법 갑주를 갖춘 용호군과 달리 주진군은 허름한 복장에 무장도 변변치 않다. 용호군이 궁궐과 수도를 방어하는 중앙군임에 비해 주진군은 북쪽 국경지대를 방어하는 지방군이기 때문이고, 혼란하고 부패가 극심했던 고려말 시대 상황에서 지방군의 지위와 대우가 거의 방치수준이었음을 나타낸다. 다만, 그럴듯한 용호군에 비해 실전 감각과 전투력은 주진군이 월등하다. 주진군은 제대로 된 보급지원도 없이 북방에서 여진, 몽골 등과 숱하게 전투를 치뤄온 베테랑들이며, 극중 대사에 따르면 일부는 남쪽으로 파견나가 왜구와도 전투를 하기도 했다. 왕과 귀족들이 거주하는 수도를 방위하는 용호군과는 실전 전투력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물론 전투력의 차이가 아닐 수도 있다. 리더의 잘못된 전술과 인솔로 강군이 허무하게 패배할 수도 있는 것이 전투이니까. (칠전량 해전을 생각해보라...) 이같은 차이는 추격해오던 원 기병을 맞이하러 나간 전투에서 용호군이 허무하게 전멸당하는 장면으로 이어지게 된다.

 

위기를 함께 넘나드는 험난한 여정 속에서 고려인들과 유민들은 신분과 민족을 떠나 유대감을 갖게 된다. 귀족인 최정과 하급 하사관에 해당하는 진립 사이에 생겨나는 존중. 가남의 군인으로써의 명예와 진립을 향한 무인으로써의 존중, 주진군 병사들의 유민들간의 연대, 유생과 승려 간의 이해, 유생과 유민 아이들 사이와 주진군 막내와 명나라 여인 간의 애틋함까지... 말이 통하지 않아도 그들은 서로에게 마음을 열며 진심으로 걱정하고 지켜주려는 모습으로 가까워진다. 오히려 주인공에 해당하는 최정-부용-여솔 세 사람 간의 감정선은 모호한데 비해, 조연 캐릭터들의 감정선과 연대감은 가슴 묵직하게 다가오는 점이 이 영화의 또다른 장점이 아닌가 싶다.

 

무엇보다도 뚜렷한 황톳빛 배경 역시 이 영화의 분위기를 잘 나타낸다. 모래사막에서 시작하여 색목인의 객잔, 사막의 협곡과 다 허물어진 토성에 이르기까지, 처음부터 끝까지 황량함으로 일관된 색감이 영화의 분위기를 더더욱 삭막하고 처절하게 만든다.

 

고향으로 돌아가기만을 바랬던 이들 고려인들은 결국 머나먼 이국의 황톳빛 땅에서 하나둘씩 죽어갔지만 소중한 누군가를 위해서 죽어갔다는 사실은 감동을 배가시킨다. 여솔과 최정은 부용 공주를 위해서, 가남은 최정을 위해서, 유생 박주명은 아이들을 위해서, 주진군 장하일은 엄마처럼 따르던 노파를 위해, 주진군 도충은 자신에게 안대를 만들어준 여인을 구하기 위해, 주진군 막내는 아이를 출산한 명나라 여인을 위해.... 영화 중반에 최정의 서툰 지휘로 인해 몰살한 용호군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누군가를 위해 목숨을 거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래서 명나라 유민들이 유일하게 살아남은 진립이 타고 떠나는 배에 '한려협?(漢麗俠?)'란 깃발을 만들어준 거 같다. 아마도 고려인들의 협의를 기리는 깃발이리라.

 

영화에 많은 OST들이 들어 있는데, 메인 테마곡은 그야말로 고국으로 돌아가려는 고려인들의 처절함과 압도적인 적 앞에서 싸움에 나서야 하는 비장미가 그야말로 잔뜩 묻어난다. 오케스트라 선율과 심장 박동같은 북소리, 그리고 피리 소리와 함께 중저음의 남성합창단의 허밍은 이 영화 전체의 분위기를 관통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일본 애니메이션 음악의 거장이자 세계적 수준의 작곡가라는 '사기스 시로' 에 의해 탄생한 곡인데 내게는 영화 '라스트 모히칸' 의 OST를 떠올리게 하는 수준이었다. 극중 가남이 최정을 지원하기 위해 거대한 대도를 두 손으로 다잡으며 홀로 뛰쳐나가 호랑이처럼 싸우다 장렬히 전사하는 강렬한 장면을 이 테마곡이 아우르며 영화가 극적인 결말로 치닫게 된다. (오히려 앞서 주인공인 최정과 여솔이 적에게 돌진하는 장면에선 별다른 OST가 없다. 가남이 군인으로서의 충성심과 무인으로서의 무력은 으뜸이라 그의 마지막에 어울리는 OST이긴 하지만, 뚜렷한 색깔을 갖는데 부족한 주인공들은 더더욱 빛이 바라게 된 편집 아니었나 싶다.)

호랑이 같은 전투력의 가남의 출정

 

람불화 역의 배우 우영광은 실제 중국 배우이다. 이 배우가 연기한 람불화는 무너져가는 대제국의 부흥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하며, 반면에 무사로서의 존중과 명예도 잃지 않는, 매력적인 캐릭터이다. 장쯔이 만으로도 대단한 캐스팅이지만 실제 영화에서의 존재감 만큼은 우영광 배우가 장쯔이를 압도한다. 사기스 시로의 감동적인 OST와 아울러 중국 배우들의 묵직한 캐스팅까지 어울러져 그야말로 한중일 3국의 역량이 잘 어우러진 멋진 작품이 탄생했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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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결말 - 이야기의 결말을 미리 알고 싶지 않은 분은 여기서 읽기를 중단하셔도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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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약한 토성에 고립된 고려군과 명나라 유민들을 향해, 부용 공주를 사로잡기 위한 원나라 병사들의 공격이 시작된다. 수적으로 열세인 고려군은 필사적으로 저항을 하고 원나라 기병들은 끊임없이 성을 공략해 오는데, 갑작스레 울리는 원나라의 퇴각 신호로 성 안의 사람들은 한숨을 돌리게 된다. 이윽고 밤이 되고 출산하는 명나라 유민을 위해 몰래 성 밖으로 나가 물을 길어오던 주진군의 막내가 그만 람불화의 화살에 죽임을 당하고, 하나둘 죽어가는 상황에서 부용 공주를 성 밖으로 내보내 살 길을 도모하자는 여론으로 최정과 주진군 사이에 갈등이 폭발한다. 

 

부용 공주는 초반에 공주로서의 특권의식이 강했으나 고단한 여정을 함께 겪으면서 고려군 병사 및 유민들과 연대감이 쌓이면서 정신적으로 성장한다. 그러나 텅 빈 명나라 주둔지와 공주의 권위를 지켜주던 최정의 약화된 지도력 등 고립무원의 처지를 깨닫고, 특히 자신 때문에 고려군이 하나씩 죽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점차 포기하는 마음을 갖는다. 밤새 고민하던 부용 공주는 날이 밝자 말에 올라 성 밖으로 나가 원나라 주둔지로 향한다.

 

그 모습을 본 여솔이 성큼성큼 따라 걸어나가 부용 공주의 말을 세우고 뒤돌아 다시 성으로 향한다. 마침 따라나온 최정에게 공주를 넘긴 여솔은 몰려오는 원나라 기병을 향해 창을 휘두르며 달려나가고, 공주를 성 안에 데려다준 최정 역시 여솔과 함께 원나가 병사들과 맞서 싸운다. 뛰어난 무력을 보이지만 두 사람이 원나라 기병을 상대하기 힘겨워하던 때, 최정의 부관인 가남 역시 대도를 힘차게 움켜쥐며 전투에 나선다. 가남과 여솔은 부상당한 최정을 말에 태워 성 쪽으로 보내고 최후까지 싸우다 가남은 장렬히 전사하고 여솔은 사로잡힌다.

 

다음 날, 날이 밝자 원나라 군사들이 총 공격을 해오고 살아남은 4명의 고려군(최정, 진립, 주진군 장하일, 도충)은 사력을 다해 적과 맞서 싸운다. 명나라 유민들까지 막대기를 들고 원나라 기병에게 저항하며 말 그대로 최후의 전투가 성 안에서 벌어진다. 한편, 람불화로부터 귀순 제의를 받던 여솔은 말에 올라 토성으로 되돌아오고, 말없이 여솔을 보내준 람불화 역시 여솔의 뒤를 따라 성으로 돌진한다. 람불화는 더이상의 제안이나 협상은 없이 부용 공주든 여솔이든 모두 죽이고 몽골 초원으로 돌아가기만 바랬던 것이다.

 

고려 병사들뿐 아니라 통역관이던 하급관리 박주명, 객잔에서 우연찮게 합류한 지산스님, 그리고 명나라 유민들까지... 하나씩 하나씩 쓰러져간다. 그들은 소중한 연대감을 나누었던 여인, 아이, 노파, 동료를 지키다 죽어간다. 멋있는 죽음이 아니라 처절하게. 람불화는 "너 때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죽었어" 라고 말하며 부용 공주에게 창을 던지는데 여솔이 그 사이로 뛰어들며 대신 창을 맞는다. 당황한 람불화의 표정, 억지로 몸에 박힌 창을 빼내며 덤벼들려는 여솔을 람불화는 반사적으로 칼로 내리쳐 여솔의 목숨을 끊는다. 그 와중에 만신창이 몸을 일으킨 최정이 가남의 대도를 들어 람불화에게 돌진하고, 결국 두 사람은 서로의 몸에 칼을 박아넣으면서 쓰러진다. 두 수장의 죽음과 함께 치열한 전투는 끝이 나고,  홀로 살아남은 진립은  타오르는 불길과 죽은 동료들 앞에서 지친 얼굴로 서 있다. 

 

전투에서 죽은 이들을 모두 화장하고 진립은 부용 공주와 남은 유민들의 배웅 속에 자그마한 배에 오른다. 그 작은 배로는 바다를 건너지 못한다는 부용 공주의 염려에도 진립은 죽은 동료들의 소지품을 모아 매단 여솔의 부러진 창을 뱃전에 힘차게 박아넣으며 바다로 나아간다. 죽어간 이들 모두와 함께 그토록 바라던 고국으로 돌아가는 길에 나서는 것이다.

 

[END]